세빈아, 먼저 너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네가 어릴 때 엄마가 극심한 무기력과 우울증으로 너의 귀중한 시간을 풍요롭게 해주지 못해서 정말 미안하다. 엄마가 조금만 더 현명했더라면 너에게 아름다운 추억을 줄 수 있었을 텐데˙˙˙˙˙˙.
엄마가 지금까지 살아보니 삶은 그리 만만한 게 아니더구나. 인생에는 성공보다 실패가 더 많을 수도 있단다. 그러니 하고 싶은 것을 다 하고 꿈꾸는 모은 것을 성취할 수 있게 된다해도 결코 자만해서는 안 된다. 네가 삶에서 이루는 모든 성취에 깊이 감사해라. 너의 행운은 특별한 은총이니 절대로 네가 뛰어나서 그렇게 되었다고 생각하지 마라. 운명과 환경, 너의 지인들이 너를 도와준 걸 잊지 말고, 늘 최악의 상황을 생각하고 감사하며 살기 바란다.
그러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네 인생에도 복병이 나타날 수 있다. 연속된 좌절로 무기력을 만날지도 모르고 우울한 청춘과 쓸쓸한 중년을 보내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세빈아, 인생은 그렇게 쉽게 끝나지 않는다. 그러니 아무리 아픈 날이 오더라도 절대로 그 힘에 굴복되어서는 안 된다. 청천벽력 같은 일을 당하더라도 정신을 차리고 다시 하늘을 바라보길 바란다. 너만이 그런 어려움을 당하는 것이 아님을, 엄마만 당한 것이 아니었음을 믿기 바란다.
세상에는 너 말고도 아프고 힘든 사람이 많이 있단다. 네가 아픈 그때가 바로 그들을 도울 마음을 가질 수 있는 순간임을 기억해라. 네가 아프다면 그건 운명이 네게 아픈 것이 무언인지 가르치려고 하는 것이라 믿어라. 그러니 감사하지 않을 수 없는 거지. 네가 받기만 하고 주지 못하는 사람이 될 것을 염려한 운명이 숨겨둔 복병이니 너의 아픔을 온몸으로 받아들여라. 해야 할 일을 피하는 순간 인생은 꼬이기 시작한단다. 네 몫으로 받아들이면 그때부터 인생이 역전될 것이다. 엄마도 무기력이 오고 뼈 속까지 아픈 후에야 비로소 자신과 세상을 다시 사랑하기 시작했다. 엄마가 무기력을 몰랐다면 매우 이기적인 사람으로 죽어갔을 것이다.
세빈아, 나는 네가 인생의 고비마다 마땅히 해야 할 것을 다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학창 시절에는 꿈을 키우고, 사회인이 되면 직장에서 최선을 다하고, 네 가족에게 충실한 엄마로 살기 바란다. 그렇게 사는 게 뭐가 그리고 어렵냐고 되물을지 모르지만 세상에는 그렇지 못한 사람이 너무나 많다. 그들은 무기력해서 아픈 사람이고 아프기에 더 무기력해진 사람들이다. 그들을 돕기 위해 네가 줄 수 있는 것을 생각해봐. 언제나 받는 줄에만 서 있지 말고 주는 줄 쪽에 서길 바란다. 네가 줄 수 있는 사람이 될 때 비로소 가능성이 열리며 인생이 풍요로운 것임을 알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당부할 것은 어떤 순간이 오더라도 삶을 포기하지 말라는 것이다. 아무리 어렵더라도 아파서 죽을 것 같을지라도 네가 가진 것을 바라보면 힘을 얻을 수 있단다. 아프다는 것은 마음이 한계를 만난 결과다. 그러니 아픈 그때가 너의 마음이 성장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임을 기억해라. 아플 때마다 늘 네 안에 모든 것이 있음을 믿고, 네 마음을 굳게 지키며 그 누구도 통제할 수 없는 것이 너의 마음이라는 사실을 끝까지 믿으며 너를 사랑하고 소중히 여기길 바란다. 그러면 그 고통은 지나갈 것이고 힘든 순간을 견뎌낸 너는 황금같이 순수한 자아를 갖게 될 것이다. 그 누구든 사람을 미워하지 말고 운명을 원망하지 말고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 네게 주어진 삶을 살길 바란다.
건강한 엄마가 오래오래 너의 곁에 있어주길 기도하지만 수십 년이 지난 후 엄마가 너를 떠나더라도 이것만은 기억해라. 아모르 파티, 독일의 유명한 철학자 니체가 한 말이다. 너의 운명을 사랑하라는 뜻이지. 운명을 사랑하는 자는 그 어떤 경우에도 포기하지 않는단다. 사랑한다. 하나뿐인 딸아! 네가 행복하기를, 그리고 네가 이 땅에 왔다 간 이후 세상 어느 한 귀퉁이가 아름다워지기를 엄마는 언제나 기도한다.
*원문: 박경숙, 『문제는 무기력이다』, 와즈베리,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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