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는 그들이 보여 준 성대한 환대와 세심한 배려에 감동했다/감격했다.
2. 그는 그녀가 자신을 만나기 위해 수만 리 먼 길을 한달음에 달려왔다는 말에 감동하지/감격하지 않을 수 없었다.
3. 그의 열정적인 연설에 청중은 깊이 감동했다/감격했다.
4. 그 선수는 막판 뒤집기에 성공하여 금메달을 거머쥐자 감격의/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어떤 사람의 진심 어린 행동은 다른 사람을 뭉클하게 하곤 하는데, 그때 일어나는 감정은 감동일 수도 있고 감격일 수도 있다. 그러나 연설을 듣고 감동할 수는 있어도 감격하기는 어렵다. 이는 소설을 읽거나 영화를 볼 때에도 마찬가지다. 한편, 간절히 바라던 일이 극적으로 이뤄졌을 때 느끼는 감정은 감격이지 감동이 아니다. 곧 지극한 정성이나 사랑을 깨달을 때에는 감동과 감격이 모두 유발되지만, 소설·영화·이야기 등에 크게 공감하거나 깊은 깨달음을 얻을 때에는 감동이 일어나고, 어떤 일을 극적으로 성취했을 때에는 감격이 솟구친다.
그런데 쓰임이 유사한 1과 2의 경우도 두 단어가 가지는 감정의 강도는 미세하게 다르다. '잔잔한 감동'은 자연스러우나 '잔잔한 감격'은 어색하다. 감동은 거셀 수도 약할 수도 있지만 감격을 거셀 뿐 약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는 감격의 '격(激)이 세차다, 격렬하다를 뜻하는 데서 말미암은 것으로 보인다.
한편 '감명'은 어떤 작품이나 언행 등이 기억에 남을 만큼 훌륭하거나 아름답다고 느껴지는 감정을 가리킨다. 이는 감동과 매우 유사하다. "나는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를 읽고 싶은 감명을 받았다"에서 감명을 감동으로 바꾸어도 그 의미는 거의 달라지지 않는다. "테레사 수녀의 헌식적인 봉사와 사랑은 많은 사람에게 큰 감명을 주었다."에서도 감명은 감동으로 바꿀 수 있다.
감명과 감동은 서로 다르게 쓰이기도 한다. 가령 친구한테서 생각지 않았던 깜짝 선물을 받았을 때 감동을 받을 수는 있지만 감명을 받을 수는 없다. 이때의 감동은 친구의 사랑이 내 마음을 크게 움직여 행복을 느끼게 한 데서 온 것인데, 감명은 그런 의미를 담을 수 없다. 감명은 당사자가 아닌 오직 관찰자 시점에서 사물의 훌륭함이나 아름다움을 경험하는 감정만을 가리킨다.
세 단어를 각각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아래와 같다.
● 감동: 사물, 현상의 훌륭함이나 아름다움, 진실함 등에 가슴이 뭉클하거나 찡함을 느끼는 상태.
● 감격: 간절히 바랐거나, 바랐지만 기대는 하지 않았던 일이 이루어지거나 생각지 않았던 큰 도움을 받거나 하여
기쁨이나 고마움이 뭉클하게 솟구쳐 일어나는 것.
● 감명: 어떤 일이나 이야기 등이 기억에 오래 남을 만큼 훌륭하거나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
출처: 「우리말 어감 사전」 안상순 지음, 유유,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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